국내주식 비과세 혜택 사라지나? 주식 양도세 도입


2023년부터 국내주식에 대해 양도세가 부과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신, 모든 주식거래에 대해 증권거래세를 징수해왔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앞으로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2023년부터 일반투자자들은 국내주식 매도시 수익이 발생하면 주식 양도세 부과의 의무를 지게 될 것 같습니다.

2023년부터 모든 주식 양도세 물린다 2020. 6. 15 한국경제 서민준

정부는 2023년부터 모든 상장 주식과 펀드의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주식만 보면 지금은 지분율 1% 이상 또는 10억원 이상 주식의 양도차익에만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정부는 손실이 날 경우 다음해 세금에서 이를 반영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투자자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현재 0.25%인 증권거래세를 대폭 낮추기로 했다.

15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예고한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의 추진 계획이 대체로 정해졌다”며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더 거치긴 하겠지만 2023년 주식 양도차익 전면 과세를 핵심으로 한 개편방안을 이달 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주식 과세 현황

현재 우리나라는 대주주에게만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일반투자자들은 배당금에 한해 배당소득세 15.4%(지방세 포함)만 납부하면 됩니다. 대주주의 기준은 주식 투자금액 15억원 이상이었는데 이 기준이 올해 4월부터 10억원으로 하향되었습니다. 그리고 내년 4월부터는 3억원으로 낮춰지는데요. 2023년부터는 대주주 기준과 무관하게 일반투자자들도 양도세 과세대상에 모두 포함시킨다는 것입니다.

대주주 판단기준 변화

대신 증권거래세는 인하될 것 같습니다. 현재는 국내주식을 매도할 때 이익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증권거래세 0.25%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양도세와 거래세를 둘 다 부과하면 이중과세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국내자본시장에서 대거 자금이탈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해 0.1% 수준으로 낮춘다고 합니다.

주식 양도세 vs 증권 거래세

수익이 발생한 곳에 세금을 물린다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비춰볼 때 거래세보다는 양도세가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주식이 반토막이 나서 정리매매를 할 때도 거래세는 꼬박 내야 하니까 억울한 상황도 종종 있습니다. 다만 최근 동학개미운동으로 일반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는 시점에 굳이 양도세를 확대해야 하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우리나라와 반대로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신에 거래세가 없습니다. 거래의 복잡성이나 환율리스크도 있겠지만, 미국주식 투자의 가장 큰 진입장벽 요인중 하나는 양도세일 겁니다. 세계 패권국가로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경제가 우상향하는 유일한 나라인 미국 주식시장은 참 매력적이죠.

최근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 그중에서도 미국투자비중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내 주식 양도세 도입으로 미국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50조 들고 뉴욕 공습한 동학개미, 해외주식 쓸어담았다. 2020-05-06 뉴스웨이 고병훈

그래서 주식 양도세 도입이 논의될 때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거래세 폐지입니다. 주식시장에서 90% 이상이 잃는다고 하죠. 과장이 담긴 우스갯소리이겠지만, 과연 양도세 과세대상자가 몇% 정도나 될까요? 참고로 거래세 과세대상은 100%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오랜기간 박스권을 유지하고 강세장이 짧은 경향이 있습니다.

이처럼 과세대상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세보다는 양도세 위주의 조세정책이 유리하다고 보여집니다. 정부도 거래세를 폐지했을 때 세수확보액이 급감할 것을 우려해 단계적 인하를 검토하는 것이고요.

거래세 인하가 단타매매를 부추겨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타거래는 외국인이나 기관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도 거래세에서 상당부분 감면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에 거래세 인하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주식 양도세 도입 전제조건

사람은 손실회피 성향 때문에, 제도가 변화하면 그것으로 얻는 이득보다 손실을 더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단 주식 양도세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사가 나온 시점이 최근에 뜨거운 상승장인 영향도 있을 듯 합니다. 박스권 장세나 하락장에서 주식 양도세 도입 기사가 나왔다면 조금은 생각들이 달랐을까요?

대신에 주식 양도세 도입을 전면 실시하게 된다면 반드시 거래세의 폐지(혹은 폐지수준의 인하), 양도세 분리과세, 과세대상 손익 합산 이 세가지는 전제되어야 합니다. 장기투자금액에 대한 기본공제액을 늘려서 건전한 투자 문화를 장려하는 것도 바람직하고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만큼 공평한 조세부담의 원칙, 국내자본시장의 발달,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 등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높으신 분들이 정책을 잘 만들어주시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