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습니다.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전문가들의 분석이 뒤따르고, 정책의 효과나 부작용들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이 20번 넘게 나오면서 내용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져서,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하거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617 부동산 대책에 대해 5가지 핵심주제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목 차
617 부동산 대책 1. 규제지역 확대
우리나라는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 투기수요를 차단하고자 규제지역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규제지역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이렇게 3군데로 나뉩니다. 이번조치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특히 경기와 인천은 이제 일부지역을 제외하면 전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게 됐습니다. 그리고 기존 조정대상지역 혹은 비규제지역 중 과열이 우려되는 17개 지역들이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되었습니다.
보통 규제지역에 포함되면, 대출과 세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근데 이제 수도권에서는 규제지역이 아닌 곳을 찾기가 어렵게 됐네요. 전부 규제한다면 아무도 규제 안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경기도는 전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됐는데, 김포와 파주 등 일부지역은 제외됐습니다.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김포지역 분위기가 뜨겁다고 합니다.
김포, “그가격은 안되겠어요” 규제 다음날 호가 수천 올리고, 이튿날은 배액배상 통보 <헤럴드 경제 2020-06-20 이상섭>
2. 강남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잠실,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됩니다.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내 ‘국제교류복합지구(SID)’ 조성과 관련한 대규모 사업계획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해당지역 주택시장 과열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 것 같습니다.
① 허가대상 면적 초과 토지(주택은 대지지분 면적을 의미) 취득시 관할 구청장 허가 필요
② 허가받은 목적대로만 이용가능, 주거용 토지는 2년간 실거주로만 이용가능(매매나 임대 금지)
채상욱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주식시장 사이드카에 해당되는 단기적인 조치이며 장기적으로 자산가격 방향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하네요.
3. 주택담보대출 / 전세자금대출 규제강화
①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취급시 전입 및 처분 요건 강화
기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고가주택(시가 9억원 초과)을 구입할 때 대출을 받는다면 1년이내에 전입(1주택자는 처분도 포함)해야만 했는데 이번에 요건이 좀 더 강화되었습니다.
- 지역 : 투기/투기과열지구 → 투기/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 주택가격 : 9억원 초과 주택 → 가격무관
- 이행기간 : 1년 → 6개월
② 보금자리론 이용자 실거주 요건 부과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전입의무가 따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20년 7월 1일부터는 주택구입을 위해 보금자리론을 받을 경우 3개월 이내 전입해야 하고 1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합니다 (위반시 대출금 회수)
※ 보금자리론 :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무주택자/저소득 등 일정요건을 갖춘 서민들에게 저렴한 금리로 제공하는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상품
③ 갭투자 방지를 위한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
갭투자를 막기위해 실수요자 외에는 전세대출을 철저히 제한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실수요자 기준이 상당히 까다롭네요.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3억원 이하 아파트까지만 실수요자로 인정해주겠다는 건데요. 사실상 투기과열지구 내에는 실수요자를 인정 안하겠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전세로 살다가 내집마련할 때, 계약기간이나 금전상황 등의 이유로 구매 주택에 바로 전입하지 못하고 전세를 놓았다가 나중에 입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투기/투기과열지구내에서는 앞으로 이런 방식의 내집마련은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부에서는 후속보도에서 실수요자가 피해받지 않도록 예외조항을 둔다고 했는데, 어떻게 될 지 한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전세대출 보증을 받을 경우에 보증한도액이 최대 4억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되었습니다. 대출액으로 환산하면 최대 가능액이 5억원에서 2억5천만원으로 줄은 겁니다. 전세자금대출 규제강화 보증기관은 일단 주택도시보증공사만 해당될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대책들과 마찬가지로 향후 서울보증보험까지 확대될지 지켜봐야 합니다.
※ 전세자금대출 보증기관 : 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4. 재건축사업 조합원 분양요건 강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사업의 경우 앞으로 2년이상 실거주한 경우에 한해서 분양신청을 허용한다고 합니다. 재건축에 투자하시는 분들도 꽤 많을텐데 당분간 큰 혼란이 예상됩니다. 내년에 조합설립인가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고 하는데, 올해 말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급격히 늘어날 것 같습니다.
이밖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 같습니다. 또한 안전진단에 대한 관리주체를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하고 부실 안전진단기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재건축 안전진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재건축에 대한 규제도 한층 강화되어 재건축에 나올 수 있는 규제는 이제 다 나온 것 같습니다. 실수요자 위주의 재건축 정책은 바람직한 면이 있습니다. 다만 재건축사업이 위축되면, 공급이 주는 상황에서 기존 신축아파트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높아져서 풍선효과가 발생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5. 법인사업자 대출/세금 제도개선
주택 매매/임대사업자 주택담보대출 금지
앞으로 우리나라 모든지역의 주택 매매/임대사업자는 원칙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됩니다. 기존에는 규제지역내에서 LTV(담보인정비율) 20~50% 수준, 비규제지역에서는 LTV 규제없이 대출이 가능했었는데요. 20. 7. 1일부터는 주택 매매/임대 사업자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대출이 불가능해집니다.
법인에 대한 세금혜택 축소
- 법인 보유주택 종부세 최고세율 적용 : 3%(~2주택), 4%(3주택 이상)
- 법인 보유주택에 대한 종부세 공제(법인당 6억원) 폐지
- 법인 보유 장기임대등록 주택도 조정대상 지역의 경우 종부세 과세
- 법인 주택 양도시 추가세율 현 10% → 20%로 추가 상향(법인세에 추가과세)
최근 부동산 매매업/임대업 법인이 빠르게 증가하고 법인의 아파트 매수비중도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법인을 활용한 투기수요를 근절하기 위해 작정한 것 같은데요, 정말 강력한 세금제도를 발표했습니다.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해 종부세 최고세율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종부세 공제를 폐지하고 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종부세를 과세하기로 했습니다. 법인 1개당 종부세 6억원이 공제되기 때문에 법인을 여러개 등록해서, 각각 보유한 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공제받는 편법이 활용되었는데 소용없어진 겁니다. 6억원짜리 3주택 보유하면 1년에 종부세만 72백만원 납부하게 됩니다. 억단위로 납부하게 될 사업자가 꽤나 나올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부동산 매매업’을 법정 업종으로 지정해 관리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법인거래에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 하는 등 법인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됩니다.
617 부동산 대책 정리를 마치며
지금까지 21번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나왔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고, 조만간 주택임대3법과 12.16대책 후속조치 등 추가정책들도 계속 예고되어 있습니다.
집값 안정을 위한 투기세력 근절은 당연한 일이지만, 코로나로 실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혹시나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지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집값 잡으려다 혹여나 디플레이션이라도 온다면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겠죠.
또한 지금까지 규제일변도의 정책이 풍선효과를 일으키며 오히려 규제지역 외 주택가격까지 높여왔습니다. 규제지역을 어디까지 늘릴 수 있을까요. 공급이 뒷받침되어야 규제도 효과가 더 클 것입니다. 여전히 좋은 동네, 좋은 주택에 살고 싶은 수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런 곳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